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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흐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2018년의 시선에서 나무꾼은 성범죄자가 된다

"옛날 옛날에 나이 많은 나무꾼이 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살고 있었어요.
나무꾼의 평생 소원은 예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게 꿈이었죠.
어느 날 우연히 사슴을 구해주게 된 나무꾼은 그 대가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만나게 되어요.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예쁜 찻집에서 중매자와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얼굴을 마주 보며 통성명을 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나무꾼은 편법을 썼어요. 

그것도 아주 음흉한 방법으로 목욕하고 있는 선녀를 몰래 훔쳐보다 선녀의 날개옷 한 벌을 몰래 숨겨놓았지요. 결국 날개옷을 찾지 못한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나무꾼과 강제로 결혼하고 말았어요. 아이가 두 명이 생기고 난 후에 나무꾼에게 사정하여 날개옷을 돌려받은 선녀는 양팔에 아이 둘을 안고 하늘나라로 돌아갔답니다"

선녀와 나무꾼, 이제는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어릴 적 우리들은 이 동화를 읽으며 홀로 된 나무꾼이 불쌍하다며 동정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선녀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꾼은 매우 나쁜 사람입니다.

목욕하는 자신과 언니들의 모습을 몰래 보던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훔쳐서 선녀가 날아가지 못하자 자신의 아내로 데려와 같이 살게 합니다. 그래서 선녀는 갑자기 자신의 가족과 떨어져 산속 외딴곳에서 노모를 모시고 살아야 했지요. 

나무꾼이 아닌 선녀의 시각에서 다시 보니 어떠세요? 나무꾼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신가요? 

나무꾼은 선녀와의 혼인 과정에서 선녀에게 단 한 번도 자신과 결혼해 줄 수 있는지 동의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관음증, 도벽 등의 범죄 행위도 잊어서는 안되지요. 
선녀와 나무꾼에는 선녀는 없고 전적으로 나무꾼의 시각에서만 해석한 나무꾼이랍니다.

이 동화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가해자의 시선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의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이슈화 시키고 기사화 시키는 모습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더 큰 피해로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하지요.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우리 사회
여자가 알아서 조심해야지
네가 무언가 여지를 줬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네가 너무 예민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뭐 그리 큰 문제라고 그래
사나이가 그럴 수도 있지
남자의 성적 충동은 참기 힘든 거야!

위와 같은 말은 피해자들(또는 여성)이 듣게 되는 불편한 말입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생각들이 우리 사회에는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고질적인 통념이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어 피해자의 고통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직장인들은 나로 인해 직장이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나만 참고 넘어가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피해자는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고 '왕따'로 지목되어 또 다른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 많은 피해자가 겪은 현실이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 후 연이어 성폭력 피해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문학계, 연극계.. 또 어디에서 이야기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성희롱, 성추행 등의 성범죄사실을 숨기고 피해자로서 살아왔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피해자가 보호되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건강한 사회, 우리 모두 함께 해야만 바꿀 수 있습니다.
용기 있는 고백 이후의 우리들의 인식과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